12월 19일 '진짜'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미국은 간접선거지요. 11월 선거의 결과는 대통령이 아닌, 선거인단의 선출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선거인단은 누가 정했나?
제가 예전에 쿠스님께 완전 설명을 잘못 드려가지고 찔리는 마음에 어쩌면 다들 이미 아실지도 모르는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요^^;
선거인단 (electoral college) 은 대통령 선거 전에 각 후보가 속한 정당에서 명부를 만듭니다. 힐러리의 민주당, 트럼프의 공화당이 각 주별로 배정된 숫자 (이건 인구수에 따라 배분)에 따라서 선거인단에 들어갈 elector 를 뽑아 두는 거에요. 캘리포니아는 55명 이니까, 공화당 선거인단 55명, 민주당 선거인단 55명, 이렇게 따로. 선거인단은 각 정당의 열성 중에서도 열성 지지자, 예를 들어 지부장급 정도로 오래 봉사해온 그런 사람들로 뽑습니다.
그리고 11월 선거날에 사람들이 투표 (popular vote)를 해서 각 주별로 많은 표를 얻은 후보의 선거인단이 그 주 선거인단으로 선출됩니다. 힐러리가 캘리포니아에서 한 표라도 많이 얻으면 캘리포니아 선거인단 55명 은 힐러리가 속한 정당인 민주당이 미리 뽑아놓은 55명 선거인단으로 선출됩니다 (winner-take-all). 공화당 선거인단 55명은 떨어지는거구요. 그래서 11월 선거에 투표하러 가면 기표용지에 선거인단 이름을 후보 이름 밑에 쭉 써놓는 주도 있다고 해요.
그런데 Maine, Nebraska 주는 승자독식이 아니에요. 거기서는 district 별로 승리한 후보가 누구인지 따져서 비례배분합니다. 그 결과 이번에 메인 주에서는 3표가 힐러리쪽 선거인단에게, 1표가 트럼프 쪽에게 갔어요.
이제 12월 19일 선거인단들의 대통령 선출 모임 (각자 자기네 주 의사당에 모여서 투표하고, 1월 초에 미 전체 의회에서 개표합니다) 에 대한 이슈를 말씀드릴게요. 결과가 뻔한데도 왜 미국 사람들이 이제와서 난리인가 하면,
1. 선거인단이 자기가 대표하는 주의 후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뽑으면 안된다는 헌법이나 법률은 없다. 선거인단으로 선출될 당시에 서약을 하긴 하는데 법적 구속력이 없고, 벌금 때리는 주가 있지만 걍 내면 그만이죠. 아니면 아예 선거인단에서 쫓겨나 다른 인원으로 교체될 수도 있는데, 입다물고 있다가 12월에 딴사람 투표하고 나오면 그만. 기소되거나 징역사는 경우는 없어요.
2. 힐러리가 11월 선거에서 popular vote 에선 300만표 정도 앞섰기 때문에 (트럼프는 이게 불법 이민자/거주자들에 의한 불법 투표때문이라고 주장) 선거인단의 대표성이 지니는 정당성이 떨어진 상태.
3. CIA 에서 러시아가 민주당 웹사이트와 이메일을 해킹했다는 사실을 확실히 밝혔는데, 아직 풀 리포트를 공개 안했어요. 풀 리포트에 나올 내용은, 푸틴이 트럼프 이기라고 해킹을 지시한거냐, 트럼프가 사전에 이를 알았는데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이유로 묵인했는가 입니다. 적어도 이 부분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선거인단 투표 모임을 미뤄야되는거 아니냐는 사람도 많습니다.
4. 러시아 선거 개입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공화당원 중에서도 '이건 정말 아니다', '트럼프는 국가 안보를 지킬 수 없다'는 이야기가 다시 터져나옵니다. 11월 선거 다음 날부터 트럼프가 승리한 주의 선거인단에게 배반 투표 (unfaithful vote)를 촉구하자는 운동이 시작됐었고, 현재까지는 1명의 트럼프쪽 선거인단이 공개적으로 트럼프 안찍는다고 선언했습니다. (아래 비디오의 주인공. 미국 최대 온라인 시민운동 (청원) 단체 Moveon 에서 만들었고 티비 광고로 나갔습니다.)
링크한 기사는 CNN 이 '정말로 그럴리는 없겠지만' 이라는 단서를 붙여가면서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다는 희망으로 작성한) 19일 선거인단 선출시의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읽어보면, 너네 진짜 대통령 선거 어렵게 한다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