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이 동났다. 지난 2일, 일제히 중·고등학교 입학식이 벌어지는 날. 교복을 구하지 못한 집마다 비상이 걸렸다. 당분간 사복을 입고 등교하라고 긴급 통보하는 학교도 속출했다. 원인은 개성공단이다. 통일부가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선언하면서 국내 교복시장의 16%를 생산하던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교복 수만벌을 개성에 남겨놓은 채 빈손으로 내려온 까닭이다. 개성공단은 생각보다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었다.개성에서 만든 교복을 다시 입어볼 수 있을까? 남과 북이 개성에서 함께 지낸 10년 세월이 우리에겐 어떤 의미일까? 개성공단에서 같이 부대끼는 동안, 남과 북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개성공단은 그들에게 '매일같이 적과 대면하는 전장'이었을까, 혹은 '통일 이후'를 미리 체험하는 화합의 공간이었을까?그런 질문에 답해줄 만한 사람으로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인물은 김광길(49) 변호사였다. 2004년 공단이 문을 열 때부터 2013년까지, 개성공단관리위원회 법무팀장으로 10년가량 고락을 함께한 산증인. 직무상 언론에 노출되기를 꺼려왔던 그이지만,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되는 상황에서 가슴속에 담아왔던 말을 이제는 들려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지난달 22일, 서울 은평구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서 그를 만났다.
이혼과 멸공통일 소동,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토요판] 이진순의 열림
김광길 전 개성공단 법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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